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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이근미] 바쁜 지금 봉사합시다
[국민일보]|2012-11-13|1218자

오래전 다단계업체가 주최한 모임에 간 적이 있다. 대형 체육관에 콩나물처럼 박혀 있자니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교회 부흥회와 흡사한 분위기였는데 “하나님이시여!”가 “돈이시여!”로 대체된 게 다른 점이었다. 다단계업체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우리를 믿으면 돈을 벌어 고아원을 차리고, 학교를 세울 수 있다”는 복음(?)을 전파했다. 돈을 벌어 착한 일 하고 싶지 않느냐며 사람들을 자극한 것이다.
로또복권 관련 취재를 할 때 복권판매점에 앉아서 구매자들에게 “왜 로또복권을 사느냐”는 하나마나한 질문을 몇 시간 동안 던져보았다. 그 뻔한 질문에 사람들이 다단계업체에서 들었던 말과 비슷한 답변을 해서 놀랐다. “당첨되면 사회사업을 하고 싶다. 불우이웃을 돕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한 일에 쓰겠다는 기원이 불로소득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전달되는 듯했다. 어쨌거나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뜻이지만 ‘돈을 편하게 벌면’이라는 전제가 아무래도 헛헛하다.
내 주변은 ‘지금은 너무 바쁘니 조금 한가해지면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부류가 대부분이다. 다단계나 로또복권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벌어 장학금도 주고 불우이웃도 후원할 날을 기대하며 여러 단체에 소정의 후원금을 내는 정도이다.
얼마 전 후배가 ‘대단한 친구를 만났다’며 눈을 반짝였다. 방송 구성작가라는 그 대단한 친구는 방송 일만 해도 바쁜데, 지속적으로 공연을 기획해 수익금으로 여성 노숙인들을 돕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낭독봉사모임 ‘소리샘’을 운영한다고 했다. 소리샘에서 책 읽기 봉사를 하는 사람들과 그녀가 기획한 공연에 무료로 참여하는 이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이었다.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나보다 훨씬 바쁘고 잘난 사람들의 소식에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다.
‘돈 많이 벌어 나중에 거창하게 봉사하자’며 헛바람만 풍기던 나와 주변 친구들은 일단 ‘대단한 친구’를 돕는 데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대단한 친구가 사별가족 장학금 지원을 목표로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개최하는 음악회 후원에 발 벗고 나서는 게 1차 목표이다. “이영자 최성수 김기리 등 여러 연예인이 무료로 참여하는 음악회를 관람하고 후원하실 분은 연락(02-332-5038)주세요”라고 알리는 게 나의 첫 번째 이웃사랑 미션이다.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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